1. 감정의 맛은 무엇일까?
나는 무언가를 상상하게 해주는 책을 좋아했다. 그래서 어렸을 때 가장 많이 읽었던 책은 다름 아닌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속 등장하는 초콜릿의 맛을 상상하는 건 정말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웡카's 퍼지멜로 초콜릿은 대체 무슨 맛일까?) 그런 나의 취향에 딱 부합하는 책이 나왔으니... 바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다.
책 속에는 꿈을 팔고나서 받은 사람들의 감정을 마시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달콤한 맛의 설레임, 짜릿하고 상큼한 단맛의 호기심, 새벽 공기를 엄청나게 응축해서 입안 가득 머금은 맛인 상쾌함 등등 말이다. 나에게는 이런 감정의 맛을 상상하며 책을 읽는 게 하나의 재미 포인트였다. 개인적으로 설레임의 맛은 스*벅* 카페의 캐모마일 릴렉서의 맛일 것 같다고 생각 중이다.
2. 내가 잠든 사이 세상은 돌아간다
최근에 마켓 컬리에서 도시락을 구매했다. 급하게 내일 가져가야 했기에 이른 저녁에 주문을 했는데 글쎄 그날 늦은 저녁에 도착을 한 것이다. 이 세상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시간과 땀으로 이루어져 있다. 요구르트 가방에 매일 요구르트가 들어있는 것도, 새벽 배송한 제품이 현관 앞에 있는 것도, 출근한 회사 화장실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도, 눈이 오는 날 뿌려진 제설제도. 모두 얼굴 모를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주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보며 난 왜 이 생각이 났을까. 기록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이것 또한 독서를 하며 느낀 내 생각이니 적어본다.
3. 익명의 손님께서 당신에게 보낸 꿈
꿈 백화점 사람들, 현실세계 사람들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책은 가볍게 읽히지만 절대 가벼운 책만은 아니었다. (정말 좋은 글은 쉽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가 참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 에피소드는 죽은 자들이 남은 자들에게 꿈을 보내는 에피소드였다. 우리 할아버지도 이렇게 꿈을 부탁하셨을지... 보면서 조금 울었다. 딱 한 번 꿈에 나타나 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4. 장거리 운전을 가능하게 하는 힘
다시 돌아와 잠이라는 것의 순기능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떨 땐 잠자는 게 아까울 때가 있고 어떨 땐 간절하지만 잠자지 못했던 때가 있다. 브레이크 없이 앞으로만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또는 그렇게 만드는 사회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잠과 꿈은 잠시 브레이크 역할을 해준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직접 고른 꿈을 꾸고 잠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면 그 힘으로 다시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대개 퇴근길에 이 책을 읽었다. 읽는 내내 행복했다. 3호선 옥수역에서 금호역으로 가는 길, 한강 위에 노을이 지는 장면과 참 어울리는 책이었다. 어두컴컴한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가 이 구간에서 고갤 들고 노을 진 한강을 바라보는 게 정말이지 행복했다.
액셀만 가득한 나의 일과에 잠과 꿈이라는 브레이크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던 책. 설레임은 대체 무슨 맛일까 상상하게 해 주었던 책. 내 든든한 퇴근 동료가 되어주어 정말 감사한 책.
여담인데 동화 같은 몽글몽글함 속 등장인물들의 "한국"적인 생각이 참 웃겼다. 넓은 집을 보며 페니가 "이런 집을 사려면 월급을 얼마나 모아야 할까" 하는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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